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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 목차

    빛은 질량이 없어 시간이 흐르지 않으며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 적색편이는 광자가 약해진 것이 아니라 우주 팽창으로 파장이 늘어난 상대적 효과다. 이 덕분에 별빛은 수십억 년을 지나도 정보를 그대로 보존해 우리에게 우주의 역사를 전달한다.

     

    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1. 빛은 ‘견딘다’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 특수한 존재 — 광자는 왜 변하지 않는가

    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우리 눈에 들어오는 별빛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리를 이동해 온다. 어떤 빛은 수백만 년, 어떤 빛은 수십억 년 전에 발사되어 지금에야 지구에 도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우주를 횡단하는 동안도 빛은 본래의 형태를 거의 잃지 않는다. 광자의 원래 속도, 진동수의 구조, 파동의 형태는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런 안정성은 광자의 질량이 0이라는 양자장론적 속성에서 비롯된다. 질량이 없다는 것은 시간의 흐름을 ‘겪지 않는다’는 뜻이다. 상대성 이론에 따르면 광자에게는 고유시간(proper time) 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빛은 자기 관점에서 “탄생과 도착이 동시에 일어나는” 존재다.
    이 말은 수십억 년 동안 우주를 달려온 빛이라도 광자 자체는 결코 피로해지거나 붕괴하거나 약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일반 입자처럼 열적 교환도 하지 않으며, 마찰이나 저항으로 에너지를 잃지도 않는다. 빛은 ‘노화하지 않는 입자’인 셈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의 빛을 지금도 생생하게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2. 그럼 적색편이는 무엇인가? — 에너지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현상의 정체

    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그러나 천문학에서는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이 대부분 적색 편이(redshift) 되어 있다고 말한다. 이는 파장이 길어지고 진동수가 감소했다는 뜻이며,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에너지가 줄었다는 말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모순이 발생한다.
    “광자는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면서 왜 멀리 있는 은하의 빛은 약해져 보이는가?”
    이 질문의 해답은 ‘공간의 팽창’이라는 우주론적 구조에 있다. 광자는 실제로 에너지를 잃은 것이 아니다. 단지 광자가 지나가는 ‘공간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파장이 함께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것은 마치 고무줄에 그려놓은 물결 모양이 고무줄이 늘어나면서 같이 늘어나는 것과 같다. 물결 모양이 ‘힘을 잃어서’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기반이 되는 공간이 팽창했기 때문에 광자의 파장도 비례해서 늘어난 것이다.
    즉, 적색편이는 광자가 고유의 에너지를 잃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 관측자가 바라보는 기준점이 변했기 때문에 생기는 상대적인 효과다. 광자는 여전히 완전한 상태를 유지한 채, 우주라는 무대의 변화에 따라 ‘색이 달라진 것처럼’ 보일 뿐이다.

    3. 우주 팽창은 빛의 속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 c는 절대 변하지 않는 상수

    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빛이 아무리 멀리서 와도 속도가 변하지 않는 이유는 너무나도 명확하다. 빛의 속도 c는 우주에서 불변의 상수이기 때문이다.
    공간이 팽창하고 은하가 거리만큼 더 멀어져도, 광자의 속도는 항상 초속 299,792km로 유지된다. 이 값은 단순한 속도가 아니라 우주 법칙의 핵심 구조다. 전자기장 방정식인 맥스웰의 방정식 자체가 이 속도를 정의하고, 상대성 이론은 이 속도가 모든 물리학의 기준 틀임을 밝힌다.
    따라서 우주가 아무리 팽창해도 빛 자체는 그 변화를 따라잡거나 반응하는 존재가 아니다. 대신 파장이 길어지며 주파수가 감소하는 방식으로 관측자에게 보이는 ‘정보’만 달라질 뿐이다.
    이 때문에 우주 초기의 빛도 지금까지 거의 손상 없이 도달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우주 배경복사(CMB)이다. 138억 년 전 빅뱅 직후 방출된 빛이지만, 지금도 매우 정확한 정보 상태로 남아 있으며 우주 구조를 연구하는 가장 신뢰도 높은 데이터로 활용된다.
    즉, 광자는 우주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유일한 기준자 역할을 하는 존재다.

    4.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기에 가능한 것들 — 우주론, 천문학, 그리고 인간의 시선

    기초과학 중심 수십억 광년을 이동한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 이유— 우주 팽창 속 광자의 물리학 광자가 에너지를 잃지 않고, 형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특성은 천문학에 혁명적인 의미를 가진다. 만약 빛이 긴 여행 동안 조금씩 에너지를 소모했다면, 우리는 우주의 구조를 거의 알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은하가 얼마나 멀리 있는지, 별이 어떤 단계에 있는지, 우주가 팽창하는지조차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광자가 정보를 보존한 채 도달하기 때문에 우리는 다음을 해석할 수 있다. 우주 팽창의 속도(H₀), 멀리 있는 은하의 거리와 나이,우주의 나이(138억 년) , 암흑에너지의 존재,초기 우주의 온도와 밀도,별의 화학 조성 모든 정보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가 바로 ‘빛의 안정성’이다. 결국 수십억 년을 여행해 온 별빛을 우리가 관측하는 순간, 우리는 단순히 과거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완벽하게 보존된 물리적 정보를 해독하는 것이다.
    빛이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는 사실 — 이것은 우주가 스스로의 역사를 우리에게 남겨놓은 방법이자, 인간이 우주의 기원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된 가장 정교한 자연의 데이터 보존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