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

기초과학 중심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insight09249 2025. 11. 10. 22:46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시간의 방향은 물리 법칙이 아닌 엔트로피 증가에 의해 결정된다. 양자 수준에서는 시간 대칭성이 존재하지만, 거시적 세계에서는 확률적 비가역성이 지배한다. 결국 시간 역행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나, 물리적으로는 극히 제한된 조건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

기초과학 중심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① 인간이 느끼는 ‘시간의 화살’ — 왜 과거로는 갈 수 없는가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시간은 우리에게 너무나 당연한 흐름이다.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성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절대적인 법칙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이 ‘시간의 방향성(time arrow)’이 결코 자명하지 않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초 물리 법칙은 시간의 방향과 무관하게 성립한다. 뉴턴의 운동 법칙, 맥스웰의 전자기 방정식, 심지어 슈뢰딩거의 방정식조차 시간을 거꾸로 적용해도 동일한 결과를 낸다.

그런데 현실 세계에서는 왜 시간의 흐름이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가?
그 해답은 열역학 제2법칙에 있다. 이 법칙은 닫힌계에서 엔트로피(entropy), 즉 무질서도가 항상 증가한다는 원리를 말한다. 물컵이 깨지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깨진 유리가 저절로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는 물리 법칙이 아니라 확률의 지배 때문이다. 에너지는 스스로 균등하게 퍼지려는 경향을 가지며, 그 과정에서 질서가 점차 사라진다.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이유는, 사실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이 곧 시간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② 시간 대칭성과 미시세계 — 양자역학이 보여주는 또 다른 가능성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거시 세계에서는 엔트로피 증가로 인해 시간이 한 방향으로 흐르지만, 미시 세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 의 세계에서는 입자들의 운동이 확률적으로 기술되며, 일부 현상에서는 시간 대칭성(time symmetry) 이 실제로 유지된다.

예를 들어,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하여 감마선을 방출하는 과정과, 반대로 감마선이 전자-양전자 쌍으로 분리되는 과정은 물리적으로 완전히 대칭이다. 즉,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물리 법칙은 변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양자 수준에서는 시간의 ‘앞뒤’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 현상은 시간 개념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두 입자가 서로 얽히면, 한쪽의 상태가 바뀌는 즉시 다른 쪽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이 과정에는 전통적인 시간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정보의 전달이 ‘시간을 초월한 상태’로 이루어지는 듯한 효과가 발생한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를 ‘시간 역전 가능성’의 미세한 단서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역학은 거시적인 시간 역행을 허용하지 않는다. 개별 입자 수준에서는 시간 대칭이 성립하더라도, 다수 입자가 모여 형성하는 거시적 계에서는 엔트로피의 방향성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간의 비대칭성은 자연 법칙의 한계가 아니라 확률적 불균형의 누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③ 엔트로피를 거스르는 실험들 — 시간 역행의 물리적 가능성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현대 물리학자들은 시간의 방향을 직접 바꿀 수 있는가를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해왔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 모스크바 물리기술연구소에서 진행된 ‘양자 시간 역행 시뮬레이션’ 실험이다. 연구팀은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를 조작해, 시간의 흐름을 미세하게 되돌리는 과정을 구현했다.

실험에서는 전자가 흩어지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인위적으로 역전시켜, 엔트로피가 감소하는 현상을 짧은 시간 동안 관측했다. 이는 물리학적으로 시간 역행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함을 보여준 사례였다. 하지만 그 에너지 비용은 엄청났다. 시스템의 크기가 커질수록,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기 위한 에너지와 계산 복잡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즉, 거시적 규모에서 시간 역행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흥미로운 점은 생명체의 내부에서도 미세한 ‘엔트로피 저감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세포는 외부에서 에너지를 흡수하여 내부 질서를 유지한다. 이때 생명체는 일시적으로 시간의 화살을 거스르는 구조적 안정성을 만들어내지만, 이는 결국 더 큰 외부 엔트로피 증가로 상쇄된다. 다시 말해, 생명은 ‘시간 역행’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을 이용한 질서 유지의 예외적 패턴이다.

④ 시간 역행의 과학적 의미 — 물리학, 우주, 그리고 철학의 경계에서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는 물리학적 조건은 존재할까?  시간의 비가역성은 단순히 물리학적 문제를 넘어, 우주의 기원과 인간 존재의 의미와도 연결된다. 만약 시간의 흐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면, 우리는 우주의 시작점인 ‘빅뱅(Big Bang)’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질문은 곧 “시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이어진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빅뱅 직후, 엔트로피가 극도로 낮은 상태에서 우주가 팽창하면서 시간이 “시작되었다”고 본다. 즉, 시간은 공간과 함께 생성된 물리적 차원이다. 따라서 시간 역행은 단순히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근본 구조를 뒤집는 일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론물리학의 여러 시도—예를 들어 블록 우주(block universe)폐곡선 시간선(closed timelike curve) 이론—은 시간의 역행이 수학적으로 가능함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결국, 시간의 방향성은 절대적인 법칙이 아니라, 우주가 선택한 비대칭적 초기 조건의 결과일 수 있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리고 그 이해가 깊어질수록, 우리는 단순히 ‘시간의 피해자’가 아니라, 시간을 과학적으로 해석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